경남과학고, 브릿지 후기와 일과

2023-02-19 Off By rainrose2718

본 글은 필자의 네이버 블로그「잔잔한 시간의 물결에 떠밀려」에 작성했던 글을 전재한 것임을 밝힙니다.

필자는 2023년 2월 6일부터 2월 17일까지, 약 2주간 새로 입학하게 될 학교인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사전 교육기간인 ‘브릿지’를 다녀왔다. 브릿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이어주는 가교라는 의미로, 신입생들을 1주, 2주간 기숙 생활을 하게 하며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1월에 1주간, 2월에 2주간 총 두 번 운영되지만 이번에는 교내 내진 공사로 인해 2월에 2주만 운영되었다.

<브릿지> 연작에서는 내가 경남과고 브릿지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느낀 점과 반성할 점, 앞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 끄적여 볼 것이다. 블로그에 기록으로써 남겨 놓는 것이 앞으로 경남과고에 들어오게 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일 뿐만 아니라, 내 자신의 성장과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은 언젠가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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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편에서는 경남과학고의 하루 일과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지난 예비소집 때, 일과에 대해 설명해주시던 선생님께서는 “12시 반에 자고 6시 20분에 일어나는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집에서부터 몇 주간 그렇게 생활 해 보아라” 라고 하셨다. 나는 집에서 하루 정도 시도해 보았지만 알람을 듣고 일어난 후 밀려오는 피로를 이기지 못해 다시 잠에 들어, 몇 번이고 실패했다. 이때 피로를 이겨내고 생활 패턴을 바꾸었어야 했다. 경남과학고의 하루 일과는 적응하지 못했다면 매우 힘든 스케줄이며, 체력적으로 피로가 상당하다.

1. 6시 20분 기상

경남과고에서의 하루의 시작은 오전 6시 20분이다. 6시 20분이면 방마다 있는 스피커에서 기상곡이 세 곡 나온다. 첫날 기상곡으로는 크라잉넛의 <비둘기>와 무키무키만만수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맨스티어의 <은행을 털어>가 나왔다. 이 곡들은 이후 여러번 친구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다음날부터는 정상적인 노래들이 나왔다. 기억나는 곡들로는 아이묭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 세카이노 오와리의 <드래곤 나이트> 등이 있다.

2. 6시 20분 ~ 30분 아침 체조와 구보

세 번째 기상곡이 끝나기 전까지, 260여명의 학생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운동장으로 나온다. 비가 오는 날에는 1층에서 발열체크만 하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간다. 운동장에서는 회장의 지시에 따라 오와 열을 맞추어 서서, 기상곡이 끝난 후 바로 이어 나오는 국민체조 음악에 맞추어 체조를 한다. 이 시간에 달을 보고 매일매일이 흘러가는 것을 체감한다. 둥글었던 달은 하현망간, 하현을 거쳐 그믐달이 되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아간다. 체조가 끝나면 부회장을 따라 구보를 뛴다. 학교 둘레길을 4분의 3바퀴 정도 돈다. 체육 수업이 없는 방학기간 과고에서 공식적으로 운동을 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첫날에는 매우 힘들었지만 날이 갈수록 폐활량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3. 7시 5분 ~ 45분 아침 합강

아침 구보가 끝나면 기숙사로 돌아오게 된다. 기숙사에서는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거나 세수를 하는 등 개인 정리를 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7시 5분에 ‘아침 합강’, 즉 아침 자습이 시작된다. 경남과고에서는 자습을 하는 것을 합강이라고 한다. ‘합동 강의’의 줄임말로, 학교가 진주 시내에 있을 때 있었던 ‘합동 강의’ 라는 용어가 아직도 쓰이는 것이다. 아침 합강은 선택제로, 원하는 사람은 교실에 가서 공부하고, 아니면 기숙사에서 쉬거나 친구들끼리 스터디를 할 수도 있다. 합강은 원래 자습실인 ‘합강실’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번 브릿지 때는 내진공사로 인해 교실에서 이루어졌다. 이 30분 정도의 시간을 활용해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등 간단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4. 7시 45분 ~ 8시 20분 아침 식사

7시 45분이 되면 음악이 두 곡 나온다. 3학년 -> 2학년 -> 1학년 순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1학년은 급식소 앞에서 줄을 서서 인원체크를 하고 들어간다. 급식소는 중앙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앞에 배식대가 있고, 두 열로 갈라져 배식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보통 기숙사로 가서 양치를 한 다음 교실로 가게 된다.

5. 8시 30분 ~ 12시 30분 오전 수업

정규 수업은 8시 30분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인 고등학교와 같이 50분 수업, 10분 쉬는시간이다. 처음 느낀 것은 수업 분위기가 중학교 때에 비해 놀랄 정도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두 명쯤은 있던 엎어져 자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고, 선생님께서 쉬는 시간까지 수업을 이어가도 불만을 표하는 친구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의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았다. 필기는 계속 하고 있었지만 눈이 감겼다 뜨이고, 글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해갔다. 나는 여기서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피로를 이기는 방법은 잠의 보충일까 적응일까?”. 집에서도 과고의 생활습관을 유지해서 적응해야 피로를 이길까, 푹 자서 잠을 보충해야 피로를 이길까. 나는 전자를 실험해보기로 했다.

6. 12시 30분 ~ 2시 점심 시간

12시 30분부터 2시까지는 점심시간이다. 학기중에는 1시 20분까지이지만 브릿지 기간은 방학이라 점심시간이 2시까지이다. 아침과 같이 3, 2, 1학년 순서대로 밥을 먹었다. 1학년은 소강당에 모여서 반별로 순서를 정하는데, 자기 반이 먼저 먹기 위해 경쟁이 불타올랐다. 선생님에게 사랑고백을 하는것은 기본이요, 1반은 ‘곱셈의 항등원’, 2반은 ‘짝수인 소수’ 와 같이 자기 반을 수학적으로 외치기도 했다. 점심을 다 먹고 나서는 기숙사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들과 놀 수 있다. 일과 중 기숙사를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 저녁시간, 간식시간뿐이다. 교실에서 공부를 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음악실에 갈 수도 있다. 나는 대부분 도서관에 가거나 음악실에 갔다.

7. 2시 ~ 5시 50분 오후 수업

2시부터 오후 정규 수업이 시작된다. 오전 수업과 마찬가지로 50분 수업, 10분 쉬는시간이다.

8. 5시 50분 ~ 7시 저녁 시간

5시 50분부터 7시까지는 저녁 시간이다. 아침, 점심 시간과 마찬가지로 3, 2, 1학년 순서로 저녁을 먹는다. 점심 시간과 마찬가지로 조금 촉박하긴 하지만 여러가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9. 7시 ~ 9시 50분 합강 1, 2차시

‘합강’이라 불리는 공식적인 자습시간이다. 원래라면 2층에 있는 1학년 합강실에서 공부해야 했지만 내진공사로 인해 각 교실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1시간 20분 자습, 10분 휴식, 1시간 20분 자습으로 1, 2차시가 나누어져 있다. 이때 활동승인, 줄여서 ‘활승’을 받으면 1층의 세미나실에서 친구들과 스터디를 할 수 있다. 여기서 과제를 함께 해결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어떠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다. 서로 자신의 의견을 열정적으로 주고받는 모습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나는 브릿지 기간 동안 합강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것 같다. 처음 며칠은 스터디 플래너를 활용해 계획을 세우고 공부했지만, 가면 갈수록 계획없이 <수학의 정석>, <하이탑>을 그저 읽기만 하는 활동을 반복했다.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블로그에 공부 계획을 남겨 볼 생각이다.

10. 9시 50분 ~ 10시 20분 간식 시간

9시 50분부터 30분간 ‘간식 시간’이라 불리는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때는 기숙사에서 자유롭게 라면, 과자와 같은 군것질을 할 수 있다. 저녁 식사부터 취침까지 6시간 반이 넘기 때문에 이 때 배를 채워 두는 것이 좋다. 기숙사에 가지 않는다면 공부를 하거나 학교 주변을 산책할 수 있다.

11. 10시 20분 ~ 11시 40분 합강 3차시

간식시간이 끝난 후 1시간 20분동안 자습을 한다. 여기까지 하면 경남과고에선 아침 합강을 포함해 총 4시간 30분의 자습 시간이 주어진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공부 시간이다. <커피사유>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학교에 재학중인 오유신 선배님의 말씀을 받들어 학기가 시작된다면 점심, 저녁시간을 쪼개 공부해보아야겠다. 책 읽기도 인생의 길을 찾기 위해서 중요하니까 도서관 가거나 공부해야지.

12. 11시 40분 ~ 12시 30분 취침 준비 및 휴식시간

합강이 끝난 후 1층에 내려와 발열체크를 하고 기숙사에 들어간다. 이 때 샤워, 양치를 하고, 취침까지 20분정도의 시간이 남는데 보통의 경우 친구의 방에 모여서 놀게 된다. 나는 기타 잘 치는 친구 방에 가서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불렀다. 원래 일기 쓰려고 했는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학기가 시작하면 일기를 간단한 메모 형식으로 써야겠다. 이 때가 과고 생활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13. 12시 30분 취침

12시 30분이 되면 자신의 방 문 앞에 서서 점호를 해야 한다. 층장이 돌아다니며 “두명 잘자”, “세명 잘자” 라고 인원체크를 한다. 방에 들어가서 무조건 소등을 해야 하고, 공부 같은 활동을 하면 안 된다. 취침 시간 보호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나도 5시간 50분밖에 안되는 취침시간을 더 줄이고 싶진 않다. 남들이 하루를 16시간으로 쓸 때 18시간으로 쓰는 과고생의 일과는 여기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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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일과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보았다. 과고 올거면 잘 생각하고 오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