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창가의 언어적 특성과 문학적 가치
1. 개요
철도창가(鉄道唱歌)는 1900년에 처음 작곡된 일본의 창가이다. 철도 노선을 따라가며 역과 연선의 풍경을 시적으로 묘사한 가사가,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는 반복적인 곡조와 어우러져 듣는 이에게 철도 여행의 정취를 한껏 체험하게 한다. 철도창가는 그 종류도 다양하다. 도카이도 본선, 도호쿠 본선 등 일본의 주요한 철도 노선뿐만 아니라 조선의 경부선, 경의선을 노래한 ‘만한철도창가’도 존재한다.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 야욕을 드러낸다는 역사적, 정치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특유의 기억하기 쉽고 희망찬 곡조로 인해 현대에도 철도 진입음, 응원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구한말 학구열과 독립 의지를 고취하기 위해 지어진 ‘학도가’, 개신교계에서 성경의 제목을 외우기 위해 부르는 ‘성경목록가’ 등에서 철도창가의 곡조를 활용한 바 있다. 본 탐구 보고서에서는 형식적 특성과 문화적 맥락의 관점으로 철도창가의 언어적 특성을 탐구하는 한편 문학, 음악의 관점에서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여 현대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운율
운율은 시를 읽을 때 느껴지는 말의 가락을 의미한다. 운율은 비슷하거나 똑같은 음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압운’, 같은 글자 수나 소리의 강약, 고저, 장단이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율격’으로 구성된다. 율격은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률, 직접 읽어 보아야 느낄 수 있는 내재율로 구분된다. 외형률에는 음절의 수를 반복적으로 배치하여 나타나는 음수율, 끊어 읽는 단위를 반복적으로 배치하는 음보율 등이 존재한다.
본 탐구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은 음수율이다. 음수율은 반복되는 음절의 수에 따라 3.4조, 4.4조, 3.3.2조, 3.3.4조, 7.5조, 5.7조 등으로 구분된다. 고전 시가에서는 3.4조, 4.4조 음수율이 시조, 가사의 정형시 형태로 많이 사용되었고, 현대 시에서는 7.5조, 5.7조의 음수율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펜타토닉 음계
펜타토닉 음계는 도, 레, 미, 솔, 라 다섯 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음계이다. 이는 곧 온음계의 구성음 중 반음 관계에 해당하는 파, 시를 제거한 것과 같다. 일본에서는 ‘ヨナ抜き音階’라고 부르는데, 이는 메이지 시대 초기 도레미파솔라시도의 7음계를 ヒフミヨイムナ라고 칭하였고 여기서 4, 7번째 음인 ヨ, ナ를 제외하였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우리나라의 국악에서 사용되는 중임무황태 5음계도 펜타토닉 스케일과 동일한 음계이다.
펜타토닉 스케일은 불협화음이 적어 간결하고 명료한 멜로디를 만들기 쉬우며, 다양한 문화에서 보편적이라는 장점으로 인해 민요, 대중가요, 군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사용된다.
와카
와카는 일본의 전통적인 정형시이다. 길이에 따라 단가와 장가로 나뉘며, 단가는 5.7.5.7.7의 총 31음절로 이루어지고, 장가는 단가의 형식을 반복하여 만들어진다. 와카는 6세기경 등장하여 헤이안 시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단가의 처음 5.7.5만을 사용한 짧은 정형시인 하이쿠가 등장하였고 이는 지금까지 대표적인 일본 시문학으로 여겨지며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3. 탐구 과정
철도창가의 형식적 특성

철도창가는 7.5조의 음수율을 가진 가사에 펜타토닉 장음계(요나누키 장음계)로 구성된 창가이다. 위의 악보를 살펴보면 /きてきいっせい/しんばしを/와 같이 7모라, 5모라로 이루어진 가사가 한 절에 총 4회 반복됨을 알 수 있다. 본 악보는 G장조의 악보로 G를 으뜸음(도)로 갖는다. 멜로디에 F#(시), C(파)가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펜타토닉 장음계를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철도창가는 피용코부시(ピョンコ節)로 불리는 셔플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개구리의 밤 산책’이라는 동요의 ‘ピョン ピョン ピョン’ 이라는 구절에서 유래되었다. ‘탄타 탄타 탄타’와 같이 긴 음과 짧은 음이 반복되는 리듬을 의미하며, 1박을 점 8분음표와 16분음표로 분할하여 반복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단순하지만 밋밋하지 않고, 중독성 있고 기억하기 쉬워, 하나의 곡조가 수십 번 반복되어야 하는 철도창가에 적합하다.
철도창가의 형식적 특성은 일본의 전통 시문학에서 사용되었던 7.5조 음수율과 전통 음악에서 사용되었던 음계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요나누키 장음계를 사용함과 동시에 서양에서 유래한 셔플 리듬을 적용하였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철도창가에서 토속적이면서도 근대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필자는 철도창가가 이와 같은 형식적 특성으로 인해 대중에게 지리 및 철도 지식을 친숙하게 전파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현대에까지 여러 가사로 변형되며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철도창가의 언어적 특성
일본어 가사 | 한국어 의미(7.5조를 맞추기 위한 의역 포함) |
/ きてきいっせい / しんばしを / / はやわがきしゃは / はなれたり / / あたごのやまに / いりのこる / / つきをたびじの / ともとして / | / 기적소리 울리니 / 신바시역을 / / 벌써 우리 기차는 / 떠나갔다네 / / 아타고의 저 산에 / 걸려 보이는 / / 저 달을 여행길의 / 친구 삼고서 / |
/ みぎはたかなわ / せんがくじ / / しじゅうしちじの / はかどころ / / ゆきはきえても / きえのこる / / なはせんざいの / のちまでも / | / 오른편 타카나와 / 센가쿠지는 / / 마흔일곱 선비의 / 묘가 있는 곳 / / 눈 녹아 사라져도 / 변하지 않는 / / 그이들의 이름은 / 천년 뒤까지 / |
/ まどよりちかく / しながわの / / だいばもみえて / なみしろく / / うみのあなたに / うすがすむ / / やまはがずさか / ぼうしゅうか / | / 창문에서 가까운 / 시나가와의 / / 포대들이 보이고 / 파도 하얗고 / / 바다의 저편에 / 옅게 안개낀 / / 산은 카즈사인가 / 보슈 산인가 / |
본 가사는 도쿄의 신바시역에서 고베의 고베역까지의 도카이도 본선(東海道本線)을 노래한 제1집 철도창가 도카이도 본선편의 처음 세 절이다. 7.5조의 음수율을 완벽하게 지켰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철도창가의 가사는 대부분 배경이 되는 철도역 주변의 자연 및 인문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이러한 묘사는 화자의 일인칭 시점에서 보이는 풍경(창문에서 가까운 / 시나가와의 / 포대들이 보이고 / 파도 하얗고)과 그 풍경에 대한 설명(마흔일곱 선비의 / 묘가 있는 곳)이나 의견 및 감상(산은 카즈사인가 / 보슈 산인가)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설명의 대상이 되는 풍경은 대부분 역사적 유적지 또는 문화재,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다. 6절의 (다음은 카마쿠라 / 츠루가오카 / 겐지의 고적들을 / 찾아가보세), 9절의 (북쪽엔 엔카쿠지 / 겐쵸지 있고 / 남쪽엔 카마쿠라 / 대불이 있지)에서 문화재 및 유적지를, 14절의 (아득하게 보이는 / 후지 봉우리 / 어느새 우리곁에 / 성큼 와있고)에서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노래하는 가사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철로가 지나는 도시나 지리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가사도 존재한다. 21절의 (슨슈에서 제일인 / 대도시라는 / 시즈오카 나와서 / 아베카와를), 37절의 (이부키산은 뒤로 / 떠나가고서 / 앞으로 오는 것은 / 넓은 비와호) 가 그 예이다.
철도창가에서는 화자가 기차에서 바라보는 철도 주변의 풍경을 서정적이면서도 무심하게 묘사한다. 화자의 주관과 감정을 중심으로 표현하지 않고, 실제 보이는 풍경과 그 풍경에 얽힌 역사적 사실이나 민담을 7.5조의 형식에 맞추어 간결하게 노래한다. 이는 노래를 듣고 부르는 우리가 스스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가능성을 열어둔다. 실제로 해당 철도를 타고 여행할 때 노래를 떠올리며 실제 풍경과 대조하며 감동할 수 있고, 이때 느끼는 구체적인 감정을 오로지 청자 개인의 것으로만 간직할 수 있다. 이처럼, 철도창가의 언어적 특성은 실제의 풍경을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주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효과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절과 3절의 가사를 바탕으로 화자가 신바시역을 출발한 시간과 달의 위상을 추측할 수 있다. 아래의 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아타고 산은 신바시역의 서쪽에 위치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 아타고 산에 걸려 있는 달은 지고 있다. 달은 언제 지는가? 초승달은 저녁에, 반달은 자정에, 보름달은 새벽에 지며 그믐달은 태양 때문에 지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3절에서는 바다 건너서 보이는 옅게 안개 낀 산의 이름을 추측하는 가사가 등장한다. 안개는 일반적으로 아침에 지표면이 복사열을 방출하면서 냉각되어 이슬점에 도달하여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생성된다. 특히 바다 위에 생성되는 안개는 ‘해무’라고 한다. 안개는 저녁을 갓 넘긴 밤에도 형성될 수 있지만, 이 시점에는 광량이 부족해 가시거리가 매우 짧기에 멀리 있는 산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철도창가의 화자는 해가 뜨기 전 신바시역을 출발하여 아타고 산으로 지고 있는 보름달을 관찰한 후, 박명 무렵 시나가와역의 해변에서 안개 낀 산을 관찰하였다고 설명할 수 있다.
철도창가는 작곡된 시기가 일본이 제국주의적 이념을 바탕으로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야망을 드러내기 시작한 20세기 초반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존재한다. 따라서 10절의 (여길 보라 부두에 / 모여서 있는 / 우리나라 군함의 / 장대한 모습)과 같이 군사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가사나, 만한철도창가의 (인천항에 / 잔류하는 / 일본인은 / 만 삼천명 / 러일 전쟁에 / 가장 먼저 / 적함 수장시킨 / 해변가로다)와 같이 한반도 점령의 야망 및 전쟁에서의 치적을 드러내는 가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철도창가는 기본적으로 확장성 및 다양성이 매우 높은 창가이다. 따라서 이러한 일부 가사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배경에서 이해해야 하며, 철도창가 자체를 제국주의의 노래로 치부하는 것을 옳지 않다.
4. 철도창가의 가치
철도창가는 각 지역의 지리를 쉽게 익히게 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고 변형될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것에 가치가 있다. 20세기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작사된 곡조가 다른 철도창가나, 일본 철도창가의 곡조를 따 부른 노래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철도창가 | 경부철도가, 경인철도가, 호남철도가, 경원철도가, 경의철도가, 마산행진곡, 경주행진곡 |
항일운동 및 종교 | 학도가, 애국가(단군성조~), 용진가, 반일혁명가, 성경목록가 |
우리나라의 철도창가
가사 | 설명 |
우렁차게 토하는 / 기적소리에 남대문을 등지고 / 떠나나가서 빨리부는 바람의 / 형세같으니 날개 가진 새라도 / 못 따르겠네 | 기차라는 신문물을 보고 느낀 신기함과 그 웅장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음. |
늙은이와 젊은이 / 섞여 앉았고 우리 내외 외국인 / 같이 탔으나 내외 친소 다같이 / 익혀 지내니 조그마한 딴 세상 / 절로 이뤘네 | 철도 건설과 개화로 조선에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을 그리고 있음. |
서관 가는 경의선 / 예서 갈려서 일산 수색 지나서 / 내려간다 오옆에 보는 푸른 물 / 용산나루니 경상 강원 웃물배 / 뫼는 곳일세 | 경의선 및 용산나루에 대한 추가적인 지리적 정보를 제시하고 있음. |
게서 떠나 성환역 / 다다라서는 해가 벌써 아침때 / 훨씬 겨웠네 십오 년 전 일청전 / 생각해보니 여기 오매 옛일이 / 더욱 새로워 일본 사람 저희들 / 지저귀면서 그 때 일이 쾌하다 / 서로 일컬어 얼굴마다 기쁜 빛 / 가득하여서 일본 남자 대화혼 / 자랑하는데 그 중에도 한 노파 / 눈물 씻으며 그 때통에 외아들 / 잃어 버리고 늙은 신세 표령해 / 이 꼴이라고 떨어지는 눈물을 / 금치 못하니 말말마다 한이오 / 설움이어서 외국사람 나까지 / 감동되거늘 쓸데없는 남의 공 / 자랑하기에 저의 동포 참상을 / 위로도 없네 | 성환역에 다다라서 청일전쟁의 성환전투를 떠올리며 감회에 젖음. 일본군이 청군에 대승한 성환 전투를 떠올리며 대화혼(大和鬼, 야마토 정신)을 자랑하는 일본인과 청일전쟁 당시 자식을 잃은 설움을 쏟아내는 노파를 대비하여 드러냄.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 야욕에 대한 비판의식이 엿보임. 마지막 연에서는 일본의 편을 들어 동포의 참상을 모른척하는 친일파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임. |
우리들도 어느 때 / 새 기운 나서 곳곳마다 잃은 것 / 찾아 들이여 우리 장사 우리가 / 주장해보고 내 나라 땅 내 것과 / 같이 보일가 | 을사늑약이 체결되어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드러내며 다시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바람을 보임. |
오늘 오는 천 리에 / 눈에 띄는 것 터진 언덕 붉은 산 / 우리같은 집 어느 때나 내 살림 / 넉넉하여서 보기 좋게 집 짓고 / 잘살아보며 | ‘붉은 산’은 조선 후기 땔감을 얻기 위한 무자비한 벌목으로 인해 황폐화된 산림을 의미함.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노래함. |
식전부터 밤까지 / 타고온 기차 내 것 같이 앉아도 / 실상 남의 것 어느 때나 우리 힘 / 굳세게 되어 내 팔뚝을 가지고 / 굴려볼거나 | 철도의 소유권이 대한제국이 아닌 일본에 있다는 것을 가엾게 여김. 우리의 힘으로 철도를 운영할 날을 소망함. |
본 가사는 최남선이 1908년 경부선을 주제로 작곡한 <경부철도가>의 일부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경부선을 타고 가며 보이는 풍경을 노래한다는 점은 원곡 철도창가와 유사하지만, 작사가의 주관 및 의견이 담긴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는 언어적 특성에서 원곡과 차이가 나타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성환역 근처에서 일본인과 조선인 노파의 대화를 비교하여 나타내는 부분이다. 청일전쟁에서 일본의 치적을 자랑하는 일본인과 아들 잃은 설움을 쏟아내는 조선인 노파를 대비하여 드러내고, 남의 공을 자랑하면서 동포의 참상을 무시하는 친일파를 비판적인 시선에서 바라본다. 이는 청자에게 작가가 느낀 감정을 함께 느끼도록 공감을 유도하는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는 철도 여행의 전반적인 감상을 요약하며 나라를 잃은 설움을 내비치며 부국강병의 염원을 그리는 부분이 존재한다. <경부철도가>는 원곡의 객관적이고 무심한 특성과 반대로 주관적이고 감정과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특성을 가진다.
<경부철도가>는 보편성이라는 철도창가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외우기 쉽고 단순하며 반복되지만 쉽게 지루해지지 않는 곡조는 원곡 가사가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제국주의적 목적이 존재하는 철도창가의 곡조를, 일본에 저항하며 자주 의식을 고취하는 경부철도가, 학도가, 용진가 등 정반대의 목적을 가진 가사로 활용할 수 있던 것이다.
학도가(1절) | 학도야 학도야 / 청년학도야 벽상의 괘종을 / 들어보아라 소년이로에 / 학난성이니 일촌광음도 / 불가경일세 |
학도가(2절) | 청산속에 / 묻힌 옥도 갈아야만 / 광채 나고 낙락장송 / 큰 나무도 깎아야만 / 동량 되네 |
학도가(3절) | 공부하는 / 청년들아 너의 기쁨 / 잊지 마라 새벽 달은 / 넘어가고 동천조일 / 비쳐온다 |
본 가사는 개화기 및 일제강점기에 철도창가의 곡조에 맞추어 불린, 교육을 통한 계몽을 강조하는 노래인 <학도가> 이다. 이 곡에서는 철도창가의 형식적 특성에 대한 파괴와 다양한 음수율에 대한 적용의 가능성이 드러난다. 1절은 5.5조, 2, 3절은 4.4조의 음수율로, 원곡의 7.5조와는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곡조에 맞추어 불러 보면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철도창가는 7.5조라는 형식적 틀에 매이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형식으로 변형되어 불릴 수 있다.
현대의 철도창가
현대 우리나라에서 철도창가 곡조가 사용된 곡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개신교계에서 CCM으로 불리는 <성경목록가> 이다. 그 가사는 (창세기 출애굽기 / 레위기 / 민수기 신명기 / 여호수아 / 사사기 룻기 / 사무엘 상하 / 열왕기 상하 / 역대 상하)와 같이 성경의 제목을 나열하는 것이며, 7.5조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성경 제목에 따라 유동적으로 그 형식을 설정하고 있다. 비슷한 예로 일본의 ‘야마노테선의 노래’가 있다. 이는 도쿄의 중심을 지나는 환상선인 JR 야마노테선의 역명을 철도창가 곡조에 맞추어 나열한 것이다. 이처럼 현대의 철도창가는 문학적인 가사를 담아 긴 연작을 만드는 것보다는, 순서가 존재하는 배열의 각 요소의 이름을 나열하여 효율적인 암기를 돕는 용도로 주로 쓰이고 있다.
다음 표는 직접 만들어 본 철도창가의 곡조에 맞추어 부를 수 있는 암기용 노래들이다.
주제 | 가사 | 설명 |
주기율표 | 수소 헬륨 / 리튬 베릴륨 붕소 탄소 / 질소 산소 플루오린 유독성 / 네온 비활성 2주기까지는 / p 오비탈 나트륨 마그네슘 / 알루미늄 규소 반도체 / 인 황 염소 아르곤은 / 비활성 기체 3주기 까지도 / p 오비탈 | 주기율표의 3주기까지 원소들을 외울 수 있는 노래이다. 철도창가의 변형 가능성을 이용해 다양한 음수율을 적용하였고, 단순히 원소 이름을 나열하지 않고 몇몇 원소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플루오린 유독성 / 네온 비활성) 에서는 ‘~성’으로 운을 맞추었다. |
이온화 경향 | 리튬 칼륨 칼슘 / 나트륨 마그네슘 / 알루미늄 아연 철 니켈 / 주석 납 수소 구리 수은 은 / 백금 다음 금 | 딱히 설명할 것 없이 순서가 중요하므로 원소 이름을 나열하였고, 마지막 연에는 5음절로 안정감을 주기 위해 ‘다음’을 삽입하였다. |
큰 수 | 일 십 백 천 / 만 억 조 경 해 자 양 구 / 간 정 재 극 항아사 아승기 /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 / 겁 업 구골 | 한국에서 통용되는 1부터 10^100까지의 큰 수의 단위를 나열한 것이다. 설명할 필요가 없으므로 단순히 나열하였다. |
줌달 단원 | 화학의 기초 / 넘겨버리고 원자 분자 이온 / 중학교 내용 3, 4장 화학량론 / 멘탈나가고 5단원 기체는 / PV=nTR 6단원 열화학 / 계산 귀찮아 원자구조 주기성 / 오비탈 등장 결합 일반개념 / 루이스 구조 공유결합 오비탈 / 혼성과 MO 10단원 액체고체 / 증기압 결정 용액의 특성은 / 라울 총괄성 반응속도론은 / 미분적분학 르샤틀리에 하나면 / 화학평형 끝 산염기 농도에서 / 머리터지고 완충 용액에서 / 거품을 무네 용해도 평형에서 / 힐링즐기고 자발성 엔트로피 / 자유에너지 전기화학이 / 가장 헬이야 볼타전지 갈바니 / 표준환원전위 네른스트식 / 외우고 나면 어느새 경남과고 / 졸업이 코앞 | 총 5절로 구성되어 있으며, 1년 반동안 경남과학고에서 화학을 공부하며 느낀 점을 줌달 단원의 이름과 함께 나열한 노래이다. 줌달 단원에 대한 친구들의 보편적인 인식에 나의 주관적인 인식을 곁들여 가사를 지었다. |
5. 결론
본 탐구에서는 철도창가의 음수율, 음계, 리듬 등의 형식적 특성 및 가사의 내용과 표현 방식과 같은 언어적 특성을 탐구하고, 역사적 배경에 비추어 그 가사를 해석해 보았다. 철도창가는 7.5조의 음수율 및 펜타토닉 음계(요나누키 음계), 셔플 리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형식적 특징을 알아내었고, 실제의 풍경을 객관적이고 관조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청자의 주관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언어적 특징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철도창가의 곡조를 차용하여 부른 <경부철도가>, <학도가>를 바탕으로 철도창가의 현대적 가치를 제시하였다. <경부철도가>가 철도창가의 언어적 특성인 ‘객관적 풍경 묘사’와 반대로 ‘항일 자주독립’이라는 목적을 위해 ‘주관적 감정 및 의견 제시’라는 특성이 있음에 근거하여 철도창가의 ‘보편성’이라는 가치를, <학도가>가 철도창가의 형식적 특성인 7.5조의 음수율이 아닌 5.5조, 4.4조의 음수율을 채택한 것을 근거하여 철도창가의 ‘변형가능성’이라는 가치를 강조하였다.
최종적으로, 현대에 철도창가의 곡조가 차용된 노래인 <성경목록가>, <야마노테선의 노래>의 공통점인 ‘단순한 이름 나열’을 바탕으로 현대의 철도창가의 유용한 활용 방안으로 ‘암기 노래’를 제안하고 이에 해당하는 노래 가사를 직접 작성해 보았다.
6. 참고문헌
- 항일가요에 나타난 가사와 곡조의 결합 양상연구 – <철도창가> 곡조 활용 곡을 중심으로 – 노복순, 한국음악사학회
- [철도창가 도카이도 본선편], [철도창가], [경부철도가] – 나무위키
- 鉄道唱歌 – 일본어 위키피디아
철도창가(도카이도 본선편)은 아래의 유튜브 링크에서 들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산요 본선, 홋카이도 등 다양한 일본 철도의 철도창가와 <만한철도창가> 등 20세기 초 일본인의 관점에서 쓰여진 우리나라 철도의 철도창가, <경부철도가>나 <학도가> 등 항일 정신을 고취시키는 철도창가의 곡조를 차용한 노래를 유튜브 검색을 통해 들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