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Unterland
하라는 시험 공부는 안 하고 나무위키에서 독일어 문서를 찾아보던 중, 동요 ‘깊은 산속 옹달샘’의 원곡이 독일 슈바벤 지방의 민요인 ‘Drunten im Unterland’라는 것을 알아내었다. 걸음마 떼던 아기적부터 익히 들었던 동요이기도 하고, LG 휴대폰의 벨소리로도 친숙한 이 곡이 원래 독일 슈바벤 지역의 민요였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초등학교 삼 학년 즈음 인천의 아파트에 살 적에는, 여유로운 주말 오전이면 이웃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던 기억도 있다. 일말의 시험공부라도 하기 위해 이 곡의 가사를 문법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
가사 (출처: 나무위키 ‘옹달샘’ 문서)
| Drunten im Unterland Da ist’s halt fein. Schlehen im Oberland, Trauben im Unterland, Drunten im Unterland Möcht’i wohl sein. | 저 아랫쪽 아랫마을, 그곳은 정말 멋지죠. 윗마을엔 인목(blackthorn) 열매가, 아랫마을엔 포도가, 저 아랫마을에서, 나는 살고 싶어요. |
| Kalt ist’s im Oberland, Drunten ist’s warm; Oben sind d’Leut so reich, D’Herzen sind gar net weich, B’sehnt mi net freundlich an, Werdet net warm. | 윗마을은 춥고요, 아랫쪽은 따뜻하지요. 윗마을 사람들은 부자이지만 마음씨는 부드럽지 않아요. 나를 친절하게 대하지 않으면 친해질 수 없어요. |
| Aber da unten ‘rum, Da sind d’Leut arm, Aber so froh und frei Und in der Liebe treu; Drum sind im Unterland D’Herzen so warm. | 하지만 아랫쪽의 사람들은 가난하지요. 하지만 정말 즐겁고 자유롭고 사랑하고 신뢰하지요 아랫마을 사람들의 마음씨는 정말 따뜻해요. |
1절
Drunten im Unterland : 저 아랫쪽 아랫마을
drunten은 ‘dar + unten’의 합성어인 형용사로 ‘아랫쪽에’를 의미한다. ‘unten’이 그저 ‘아래에’를 나타낸다면, dar가 합성된 ‘drunten’은 특정한 ‘아랫쪽’을 나타낸다.
im은 in dem을 줄여서 나타낸 것이다. in은 ~안에(영어의 in과 동일함)를 뜻하는 전치사이고, dem은 3격 중성형 정관사이다.
Unterland는 ‘아랫마을’ 이라는 의미로, ‘아랫쪽’을 의미하는 전치사 unter와 ‘땅, 시골, 나라’ 등을 의미하는 중성명사 Land의 합성어이다. 합성어의 성은 맨 뒤에 오는 명사의 성을 따르므로, Unterland의 성도 중성이 된다.
Da ist’s halt fein : 그곳은 정말 멋지죠
da는 영어의 there, here, then, because의 의미로 사용되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대명사, 접속사이지만, 여기에서는 there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ist’s는 ist es를 축약한 것이다. ist는 sein동사(영어의 be동사)의 3인칭 단수형으로, 영어의 is와 가장 유사하다. es는 3인칭 단수 중성 대명사로, 영어의 it과 가장 유사하다. 독일어에서는 강조하려는 요소가 문장의 맨 앞에 오면 주어와 동사가 도치되는데, 이 경우도 그러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halt는 ‘멈추다’를 의미하는 동사 halten에서 유래한 추임새로, 음…, 어…, you know.., 와 같은 쓰임새를 지닌다. 음악적 운율을 맞추기 위해 노래에 넣은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별다른 의미가 나와 있지 않아 구글 검색으로 추측한 것으로, 슈바벤 지방의 사투리에서는 별도의 의미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fein은 영어의 fine과 같은 의미의 형용사이다.
Schlehen im Oberland : 윗마을엔 인목 열매가
Schlehen은 인목 열매(Schlehe)의 복수형이다. 인목(blackthorn)은 유럽 등지에서만 자생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나무이다. 열매의 생김새는 블루베리와 비슷하지만 나무의 크기는 더욱 크다.
im은 앞서 설명한 대로 in dem의 축약이다.
Oberland는 ‘보다 위의’를 의미하는 원급 없는 비교급 형용사 ‘ober’와 ‘땅, 시골, 나라’ 등을 의미하는 중성 명사 Land의 합성어이다. Unterland와 같은 이유로 중성 명사이다.
Trauben im Unterland : 아랫마을엔 포도송이가
Trauben은 포도송이(Traube)의 복수형이다. 일반적으로 포도열매는 Weinbeere, 포도송이는 Weintraube, 포도나무는 Weinstock 등으로 일컬으며, 포도주는 익히 알고 있듯이 Wein이라 한다. 우리는 ‘포도 + 주’이지만 독일어에서는 ‘Wein열매’, ‘Wein송이’, ‘Wein나무’ 등으로 Wein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재미있다.
Drunten im Unterland, Möcht’i wohl sein. : 저 아랫쪽 아랫마을에서 나는 살고 싶어요.
möcht’i는 möchte ich의 축약이다. möchte는 화법조동사 mögen의 접속법 2식 möchen의 1인칭 단수형이다. 이는 소망, 바램 등의 의미를 나타낸다. 동사가 주어보다 앞에 있으므로 이는 도치된 문장이다.
whol은 ‘좋게’, ‘아마도’, ‘분명히’ 등의 의미를 나타내는 부사이다. 위의 halt와 마찬가지로 운율을 맞추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추측한다.
sein은 sein동사의 동사원형으로, 화법조동사가 있는 문장의 경우 본동사가 동사원형의 형태로 문장의 맨 뒤에 이위치하게 된다.
이 문장을 평서문으로 고쳐 쓰면 Ich möchte im Unterland sein. (나는 아랫마을에서 살고 싶다)가 될 것이다.
2절
기본적인 문장 구조와 문법은 1절에서 모두 설명한 듯 하니, 2절에서는 새로운 단어의 의미와 새로운 문장 구조만을 설명하고자 한다.
Kalt ist’s im Oberland : 윗마을은 춥고요
kalt는 ‘추운’ 라는 의미로, 영어의 cold와 같은 의미이다.
영어의 ‘It is cold in upper village’를 참조하면 문장 구조를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영어 문장과 거의 유사하지만, 형용사가 맨 앞으로 나오고 ist es로 주어, 동사가 도치된 문장 구조를 가진다.
Drunten ist’s warm : 아랫마을은 따뜻하지요
warm은 ‘따뜻한’ 이라는 의미의 형용사로, 영어의 ‘warm’과 같은 철자,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독일어의 w는 [v] 발음을 가지므로, 발음은 [varm]이다.
Oben sind d’Leut so reich : 윗마을 사람들은 부자이지만
oben은 ‘위에’, ‘높은 곳에’를 의미하는 부사이다.
sind는 sein동사의 3인칭 복수형이다. 1인칭 복수형과 같은 형태를 가지지만, 맥락을 고려하면 주어인 ‘die Leut’가 3인칭 복수임을 알 수 있다.
d’Leut는 die Leut의 축약이다. die는 복수 1격 정관사이고, Leut(e)는 ‘사람들’ 이라는 의미이다. 본래 Leute가 ‘사람들’ 이라는 복수 명사이고, Leut는 남성 또는 중성 단수 명사이지만, 시적 운율을 맞추기 위해 e를 제거하고 Leut로 변형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1
so는 영어에서 so와 유사한 강조의 의미를 가진 부사이다. 그러나 영어와 다르게 [zo:]로 발음한다.
reich는 영어의 rich와 유사한 ‘부유한’, ‘풍부한’ 등의 의미를 가진 형용사이다.
D’Herzen sind gar net weich : 마음씨는 부드럽지 않아요.
d’Herzen은 die Herzen의 축약이다. die는 1격 복수 정관사이고, Herzen은 Herz(심장, 마음)의 복수형이다. ‘그 마음들’이므로 앞서 언급한 ‘윗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나타냄을 알 수 있다.
여담으로, 지금 수강하고 있는 초급독일어 교재 제목이 ‘Herzlich Willkommen!’인데, Herzlich는 Herz에 형용사형 접미사 -lich가 결합한 ‘진심으로’ 라는 뜻이고, Willkommen은 영어의 ‘wellcome’과 같은 뜻이다.
sind는 위와 동일하게 sein동사의 3인칭 복수형이다.
gar는 ‘아주’, ‘뿐만 아니라’, ‘게다가’ 등의 의미를 나타내는 부사이다. 이때 뒤에 오는 net(부정 부사 nicht의 방언으로 추정된다.)과 결합되어 ‘결코 ~않다’의 의미를 가진다.
weich는 부드러운, 연한, 연약한 등의 의미를 가지는 형용사이다.
B’sehnt mi net freundlich an, werdet net warm : 나를 친절하게 대하지 않으면 친해질 수 없어요.
b’sehnt는 besehen의 2인칭 복수형 besehnt의 축약형(방언이므로 표준어와는 조금 다른 형태를 가진다)으로, ‘바라보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에 관하여’ 등의 의미를 부여하는 접두사 ‘be-‘와 ‘보다’라는 의미를 가진 동사 ‘sehen’이 결합한 단어이다.
mi는 1인칭 단수의 4격(대격) 대명사 mich의 방언이다. besehen이 4격 명사를 목적어로 갖는 동사이므로 3격 mir의 변형이 아닌 4격 mich의 변형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be-비분리전철 동사는 모두 목적어로 4격을 가진다)
net은 위와 같이 부정부사 nicht의 방언이다.
freundlich는 ‘친절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형용사이다. ‘친구’를 의미하는 명사 Freund와 형용사형 접미사 -lich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이다.
an은 ‘보다’의 의미를 가진 ansehen이라는 분리전철 동사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an은 ‘~곁에, ~으로’를 나타내는 전치사로, ansehen은 영어의 ‘look at’과 유사한 역할을 지닌다. 이 문장은 sehen에 비분리전철(an)과 분리전철(be)이 동시에 적용된 흥미로운 경우인 듯 하다.
werdet은 ‘되다(become)’의 의미를 가진 동사 werden의 2인칭 복수형이다.
이 문장의 흥미로운 점은, 마치 ‘윗마을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듯이 2인칭 복수형의 주어를 생략하였다는 점이다. sehen과 werden 모두 불규칙 변화를 가진 동사로, 규칙변화에서 -t로 변화하는 3인칭 단수의 형태가 각각 sieht, wird이다. 그러나 2인칭 복수형은 불규칙변화 동사도 규칙변화와 동일하게 -t로 변화하므로, 이 문장의 동사는 모두 2인칭 복수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절
Aber da unten ‘rum : 하지만 아랫쪽의
aber는 ‘하지만’, ‘그러나’의 의미를 가진 접속사이다. 영어로는 but, however와 유사하다.
unten은 oben과 유사하게 ‘아래에’, ‘낮은 곳에’를 의미하는 부사이다.
‘rum은 ‘주위에’를 의미하는 부사인 herum의 축약형이다.
Da sind d’Leut arm : 사람들은 가난하지요
sind는 3인칭 복수 sein동사로, 2절과 마찬가지로 d’Leut를 주어로 가진다.
arm은 ‘가난한’이라는 의미의 형용사이다.
Aber so froh und frei : 하지만 정말 즐겁고 자유롭고
froh는 ‘기쁜’, ‘즐거운’ 이라는 의미의 형용사이다.
und는 영어의 and와 같은 역할을 하는 등위접속사이다.
frei는 ‘자유로운’ 이라는 의미의 형용사이다. 영어의 ‘free’와 같은 어원을 가지지만 발음은 [frai]이다.
Und in der Liebe treu : 사랑하고 신뢰하지요.
in der Liebe는 ‘사랑이 넘치는’으로 의역할 수 있는 전치사구이다. Liebe는 ‘사랑하다’ 라는 의미의 동사 lieben에서 유래한 여성 명사이다. der는 3격 여성형 정관사이므로 in은 ‘~안에 있는’ 이라는 상태를 나타내는 전치사임을 알 수 있다. 즉, ‘사랑하는 분위기 안에 있는’의 의미를 가진다.
treu는 ‘믿을만 한’, ‘충실한’ 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형용사이다. true와 같은 어원을 가지며, 발음은 [troy]이다.
Drum sind im Unterland D’Herzen so warm : 아랫마을 사람들의 마음씨는 정말 따뜻해요
drum은 ‘주위에’를 의미하는 부사인 darum의 축약형이다.
그 이외의 단어는 모두 위에서 설명한 단어들이다. 이 문장의 구조 또한 동사 sind가 주어 die Herzen보다 앞에 있는 도치 구조이다.
1 https://en.wiktionary.org/wiki/Leute#German
독일어 공부는 역시 재미있다. 비록 기초영어를 드랍하고 초급독일어를 선택하였지만, 수학 시험이 일 주일밖에 안 남았지만, 나는 독일어 공부를 한다. 독일어는 무언가 내게 특별한 언어같다는 느낌이 든다. 독일어를 듣거나 독일의 숲 풍경을 바라보면 무언가 아련하고 추억에 잠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 추측은 어릴 때부터 간접적으로 독일 문화를 많이 접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등의 디즈니 영화부터, 미하엘 엔데의 동화책, 오백 페이지에 달하는 그림 메르헨(그림 동화)까지. 또 하나의 세계였던 책 속의 세계에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독일 문화를 습득해 왔던 것이다. 독일의 자연, 도시, 시골, 인명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독일어에 더욱 정감이 가고,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충만하다.
독일어 수업을 들을 때면 매 시간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기분이 든다.
첫 번째 주, 독일어 알파벳의 발음을 배웠을 때, 항상 궁금했던 ‘Einstein’을 ‘에인스테인’이 아닌 ‘아인슈타인’이라고 (한글로)표기하는 이유, ‘Heisenberg’를 ‘헤이슨버그’가 아닌 ‘하이젠베르크’라고 표기하는 이유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동안 로마자 발음의 기준은 영어뿐이었는데, 그 테두리를 벗어나 새로운 발음 방법을 접하게 된 것이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주, 동사의 인칭변화와 대명사의 격변화를 배웠을 때는 ‘Ich liebe dich’라는 베토벤의 가곡 제목에서 ‘liebe’가 ‘lieben’의 1인칭 단수 변화형이라는 것과 ‘dich’가 2인칭 단수 대명사의 4격(대격) 변화형이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네 번째 주, 관사의 성, 수, 격 변화를 배웠을 때는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의 원제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에서 des가 남성 소유격 정관사임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다섯 번째 주 랩수업에서 색깔 표현을 배웠을 때는 동요 ‘에델바이스’의 ‘바이스’가 흰색을 의미하는 Weiß임을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독일어 공부의 잠정적 최종 목표는, 비록 큰 꿈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림 메르헨을 원어로 읽어보는 것이다. 현실과 신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고통을 우화적으로 드러내는 그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들을, 할 짓 없던 초등학생 시절 몇 번이고 반복해서 우리말로 읽었던 그 이야기들을, 언젠가는 독일어 원전으로 다시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