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의 단편들
Rainrose의 수첩, ‘Das ist nicht ein Tagebuch’에 기록한 생각의 단편들을 디지털로 전사하였습니다.
기어이 겨울은 오는군… 그래, 겨울이 왔어. 나의 계절이 왔다고!
— 2025. 12. 01 —

Es muss sein! (해야만 한다!)
Es muss von jemandem gemacht sein! (누군가에 의해 일어난 일임이 분명하다!)
Man darf es nicht sein! (하면 안 된다!)
Wenn ich viele Zeit hätte, würde ich zur Stadtmitte auf eine Reise gehen. (내게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서울 도심으로 여행을 갔을 텐데.)
Kann ich meine Aufgaben und Studium tun? (내게 주어진 숙제들과 학과 공부를 해낼 수 있을까?)
— 2025. 12. 02. —
뭐? 비상계엄 1년 후라고?
오늘 수학이 종강했다. 교수님은 호몰로지와 코호몰로지, 호지(Hodge) 대수학—초등학교 6학년 때 방문했던 ‘거창수학체험센터’에서 어렴풋이 그 이름을 접해본 적이 있음을 기억한다.—에 관한 떡밥을 던져 주셨다. 나는 이다음 독일어 수업에 와서 Kleinsche Flasche를 상상한다.

Eine kleinere kleinsche Flasche : 더 작은1 클라인 병
“Ich bin zur Zeit sehr beschäftigt.” (저는 지금 정말 바쁩니다.) — ‘과거분사의 형용사화’를 배우며
— 2025. 12. 03 —
용산역 대합실에는 비둘기가 있다. 네 시 삼십칠 분 기차를 타고 순천에 간다. 수학 시험 이틀 전 떠나는, 의무적 여행.

칼바람 불어닥치는 영하의 서울 도심을 뚫고—나는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대학 글쓰기 교재를 읽었다. 긴장이 되지 않나? 모르겠다. 연습하지 않은 내일의 공연과 대학글쓰기, 수학 시험 모두. 아뭏든 열차는 일곱시 삼십분에 순천역에 닿을 것이고 나는 택시나 버스 같은 걸 타고 횟집에 가서 샌드페블즈 14대2 선배님께서 사 주시는 회를 먹을 것이다.

— 2025. 12. 04 —
작일 큰 눈이 내려 이미 ‘설국’이 되어버린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다섯 시간여의 새마을호 기차와, 자비없이 덜컹이는 칠백오십 번 버스, 그리고 정문 앞에서 운좋게 잡아탄 오오일육 버스를 타고 돌아오니, 멀미 탓에 머리가 어질어질 녹초가 되어 동아리방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일은 수학, 그리고 대학글쓰기 시험이 있다. 글쓰기야 그냥 인용방법만 확실히 알고 가자고 생각중이고, 수학은, 페이스를 최대한 잃지 않도록. (개념을 한번 더 정독하자.)
— 2025. 12. 05 —
작일 오전 여덞 시 경 기상하여, 잠 덜 깬 채 대학 글쓰기 시험을 치고, 수학2 시험을 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 두 시경 기숙사에 들어왔다. 대글 시험은,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해, 거의 점수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사회의 정상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제대로 글을 적어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다.3 수학 시험은,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것 치곤 꽤 잘 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두 시간 내내 최상의 집중을 잃지 아니했고, 결국 세 개의 문제를 제외하면 모두 답안을 적어낼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는, 그림터 터방에서, 오후 네 시부터 새벽 두 시까지, 거의 여덟 시간 동안 이어졌다. 면역과 백신 관련 자료를 제작할 때는, 어떤 사고실험 하나를 시작하자, 슬픈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결국, 십육 만원 정도의 수익을 축적하고는, 녹초가 된 채 기숙사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만년필을 세척했다. 글씨가 잘 나오지만, 물이 조금 섞여 나오는 듯 하다. 아무튼 Y를 만나러 가자.
— 2025. 12. 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