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잠 꿈
정신이 또렷하지 않아, 언어와 컴퓨터 시험을 고작 열두 시간 남겨두고, 잠시 저녁잠을 청했다. 아래의 글은 잠에서 깨어나 꾸었던 꿈의 내용을 휴대폰으로 급히 타이핑한 후, 컴퓨터를 이용해 다시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수정한 것이다. 한시간 가량의 짧은 취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꿈은 상당히 길고 생생했다. 프로이트의 후계자같은 이가 이 꿈을 해석해 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인터넷 세계에 공유하고자 한다. (A, B, C, D는 실제 나의 지인이다.)
언어와컴퓨터 마지막 강의자료를 복습하고 있던 중, A 선배의 조언이 담긴 너울반 날적이를, 언어학과 과방에서 읽었다. 그곳에는 매우 중요한 부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했던 부분이, 재수를 하지 않고 언어학자의 길을 걷도록 한 가장 결정적인 질문이 언어와 컴퓨터 자료 내에 있다는 사실이, B 선배의 유튜브를 보라는 언급과 함께 들어있었다. 나는 A 선배의 조언을 따라, 유튜브에서 그 채널을 검색해 보았는데, 차라리 학생회관이 근처에 있던지라, 학생화관에 들어가서 그림터 터방에 가면 어떨지 생각했다. 학생회관은 공사중이었고, 왠지 모르게 학생들이 몰려있었다. 먼저 나는 C 형의 얼굴을 보았다. 반가워서 형에게 다가가서 나는 인사를 했고, 형은 내게 기타를 챙겨왔느냐고, 기타를 연습하러 온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거기서 A 선배가 품었던 그 질문에 대한 간단한 해답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그것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러나 C 형은 자신의 관심분야(생성음운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줄 뿐이었다. 그리고 학생회관 한 켠에서는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어두운 지하에서 인부들이 오가고 있었고, 입구는 위험하게 흙과 공사 자재가 쌓여 있었다. 학생회관 공사는 참 힘들어 보였다. 슬프게도 모여있던 학생들은 그 공사에 훼방을 놓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잠깐 다른 곳에 다녀와보니 모두들 어딘가에 집중해 있는 것 같았다. C 형에게 물어보았다. 뭐하는거지 지금?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를 낼 뿐이었다. 방해하지 말라고. 형은 좀있다 설명해줬다. 소리를 듣고 있다고. 고양이 골골 하는것 같은 소리밖에 안들렸지만 그것이 그들이 듣는 소리가 맞는 것 같았다. 공사장 장비 소리인가? 그러나 머지않아 그 소리와 그곳에 모여있는 학생들에 화가난 인부 아저씨들은 폭력적으로 학생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나는 C 형이 ‘빨리 나가라’고 화를 내서 먼저 빠져나갔다. 흙과 쌓여있는 공사장비를 헤치고 나가야 해서, 탈출하는 것은 무섭고 어려웠다. 아무튼 빠져나와 다른 건물에 있는 식당에 갔고 곧이어 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밖에 나와서 집합을 받고 있었다. 학생운동 탄압의 현장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은 가수를 초청한 것이었다. 매우 낮은소리로 그로울링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 공사장에 몰래 숨어들어 노래를 부르는 일을 하는 가수. 나는 한켠으로는 인부들이 화낼 만 했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 가수의 생사를 걱정하고 C 형의 생사를 걱정하고… 그리고 유튜브에서 서울대학교 학생운동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는 지 남아 있는지 그런것들을 검색해보고 언어학 공부을 한다. A 선배는 그것(언어학적 질문)이 매우 중요해서 B 선배와 엄청 중요한 관계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니 알게뭐야. 내 기억은 그 어둡고 쓸쓸한 학생회관 옆에서 거기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서울대 내 어떤 학생운동 단체의 유튜브를 검색해 본 것. 학생회관 근처에서 춤을 추며 자신 단체의 주제가 노래를 부른다. 모두 산타 옷을 입고, 트랜스젠더로 추정되는 한 몸집이 크고 다른 분들과 다르게 데님 핫팬츠를 입은 분 한명이 나와서 스케이트같은 걸 타면서 자신의 몸매를 과시한다. 붉은 옷을 입고서 말이다.
회사생활의 특권인가, 아니면 그저 대학생활의 일종인 추억일 뿐인가,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트위터에 올라온 새로 나왔다는 AI 기술의 발전을 바라본다. AlphaFold가 이제는 단백질의 개화 시기도 맞출 수 있게 되었다고? 기능은 만들어졌지만 그것이 활용되지 않다가 언제 활용되기 시작하는지, 그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나는 그 사실을 D 누나에게 카톡으로 전송해 주었다. 나는 그저 몇 시간의 낯잠을 추억할 뿐이다. 아 참, 거기도 HPI는 가동된다. 기계학습후 나온 가장 최적의 가중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