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4.
요즘 들어, 어디 하나에 영 집중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부쩍 든다. 독일어 단어 의미를 찾아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한 번 켜면, 한 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트위터 피드를 넘기다가 겨우 빠져나오는 생활을 반복한다. 과제를 하려고 노트북을 열면, 삼십 분 동안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 후에야 본격적인 과제에 돌입한다.
스마트폰에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앱도 삭제하고, 유튜브 및 네이버 등의 알고리즘 추천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것과 같은 만반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카카오톡, 네이버, 트위터, 심지어는 이 호선 전철의 차내 전광판에서까지, 곳곳에서 숏폼 비디오가 나에게로 돌진해 온다. 나는 다른 ‘현대인’들과는 달라지기 위해, 더욱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들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그러나 금세 붙잡힌 채, 그 현대인의 표상과 전연 다를 바 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본다.
숏폼 영상 한 번에, 삼십 분의 집중력이 증발한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일만 원. 나는, 하나의 숏츠로, 한 번의 스마트폰 화면 터치로, 한 끼 밥값을 날려 버리는 셈이다.
웬 자기계발서 같은 소리나 하고 있는가 하면, 나의 정신은 이미 너무도 몽롱해져 어떠한 제대로 된 글도 써지지 않는 까닭이다. 그저 근시안적으로 내가 겪고 느낀 것을 현상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외출금지를 당해 자신의 방 안에서 피사체를 오물조물 만들어 필사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진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게 가장 힘든듯…
옛날에 카톡, 인스타, 인터넷 브라우저까지 없앤적 있었는데 이때가 가장 자유로운 느낌이더라.